zine을 준비하며

회색 바닥 위에 한 번 접힌 빈 종이가 놓여 있고, 오른쪽으로 그림자가 뻗어 있습니다.

Young Chai · AI 생성 삽화. 준비 중인 zine의 실물이나 내지가 아닙니다.

11월 말에 여는 전시 《나는 기억하려 했다》에 맞춰 zine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시에 쓰이는 이미지들을 작은 책으로 묶는 일입니다. 한 장씩 볼 때와 여러 장을 이어 볼 때는 필요한 글도, 이미지 사이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순서로 놓을지, 글은 어디까지 붙일지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이 작업은 어릴 때 받은 할머니의 사랑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때의 장면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손주를 안으면 배우지 않은 몸짓이 나옵니다. 할머니가 저를 안았을 때도 이러셨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기억하려고 애쓰는 동안, 지나간 장면보다 지금 제 몸에서 나오는 몸짓을 보게 되었습니다.

옛집을 다시 보고 싶어 AI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집도 온전하지 않았고, AI가 그린 집도 달랐습니다. 이미지에 남은 잘못된 부분을 모두 고치지는 않았습니다. 제 기억에도 빈 곳과 잘못 짚은 곳이 있으니까요.

작은 책을 만들면서는 이 불완전함을 글로 얼마나 설명해야 할지 묻고 싶습니다. 설명이 필요한 대목도 있겠지만, 문장이 이미지를 대신 말해 버리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독자가 먼저 보고, 앞뒤의 이미지를 오가며 자기 생각을 덧붙일 자리도 남겨 두고 싶습니다.

《나는 기억하려 했다》는 앞으로 십 년을 두고 이어 가려는 ‘Latent Expression’의 한 장입니다. 이번 zine은 그 작업을 책으로 묶어 보는 준비입니다. 별도로 원고를 마친 영문 단행본 『Expression, Not Archive』와는 다릅니다. 그 책의 출판 방법은 아직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작은 책 안에서 이미지와 글이 어떻게 함께 놓이면 좋을지 살펴보려 합니다. 무엇을 더 설명할지보다, 어느 대목에서 글을 멈추고 이미지를 보게 할지부터 생각해 보겠습니다.

전시소개 — 나는 기억하려 했다 / I Tried to Remember

Young Chai

Photographer & Visual Artist

https://luxlate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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