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AI로 책을 만드는 일 01
사진을 모아 책을 만들려 할 때, 먼저 마음에 드는 사진부터 고르게 된다. 빛이 좋고, 구도가 안정되어 있고, 한참 들여다보고 싶은 사진들이다. 그렇게 고른 사진이 백 장쯤 모이면 한 권이 될 것 같다.
물론 그런 책도 만들 수 있다. 아름다운 사진을 한 장씩 감상하는 즐거움은 충분히 소중하다. 다만 사진들을 함께 놓고 나면 질문이 하나 더 생긴다. 이 사진들은 왜 같은 책 안에 있어야 할까?
나는 사진을 찍고 AI로 이미지를 만들면서 포토북과 포토에세이북을 엮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고민하는 선별과 배열, 사진 옆에 놓을 글에 관해 차례로 써 보려고 한다. 좋은 책도 함께 읽으며, 내 작업에 가져올 수 있는 것과 그대로 따라 해서는 맞지 않을 것을 살펴보고 싶다. 첫 글에서는 사진 한 장을 고르는 판단과 한 권을 만드는 판단 사이에서 시작한다.
한 장으로 볼 때와 책 안에서 볼 때
한 장의 사진에서는 빛, 색, 형태, 표정, 시선이 머무는 지점을 살필 수 있다. 책에서는 그 판단에 앞뒤의 관계가 더해진다. 바로 전에 어떤 장면을 보았는지, 비슷한 이미지가 이미 몇 번 나왔는지, 여기서 페이지를 넘기면 무엇을 만나게 되는지가 함께 작용한다.
David Campany는 사진 한 장의 고유한 성격과 그것이 더 큰 전체에서 맡는 역할 사이의 긴장을 편집의 중요한 문제로 짚는다. 모든 책에 통하는 큰 이론보다 구체적인 관계를 살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1] 이 관점에서 보면 한 장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랐다는 사실만으로 책 안에서의 자리가 정해지지는 않는다.
어떤 사진은 단독으로 볼 때 강하지만, 비슷한 역할의 사진들 사이에서는 새로 보여주는 것이 적을 수 있다. 반대로 처음에는 지나쳤던 사진이 앞 장면을 다르게 읽게 하거나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할 수도 있다. 이것은 좋은 사진을 일부러 나쁜 사진으로 바꾸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진 자체의 힘을 살피면서, 그 힘이 이 책의 어디에서 필요한지까지 묻는 일이다.
같은 첫 장에서 달라지는 두 선택
다음 세 이미지는 선별을 생각하기 위해 고른 비교 예시다. 완성된 포토북의 내지나 하나의 실제 사건을 기록한 사진 묶음은 아니다. 여기서는 첫 이미지를 놓고, 그다음에 무엇을 선택할지 생각해 보자.

첫 이미지의 왼쪽에는 실패가 있고, 오른쪽에는 풀려 나온 실이 엉켜 있다. 같은 색의 실이 두 가지 상태로 놓여 있다. 여기에서 다음 이미지로 넘어가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이 이미지를 뒤에 놓으면 실의 가는 섬유, 놓인 바탕, 표면의 차이를 더 가까이 보게 할 수 있다. 첫 이미지의 실뭉치에서, 서로 다른 바탕 위에 놓인 짧은 실 두 가닥으로 시야가 좁아진다. 물질의 형태와 질감이 중심인 책이라면 이 연결을 검토할 이유가 있다.

앞치마를 뒤에 놓으면 실은 다른 역할을 얻는다. 표면을 이루는 재료에서, 해진 곳을 잇는 재료로 읽힐 수 있다. 앞치마에는 사람이 없지만 입고 일했을 몸을 떠올릴 여지도 있다. 수선, 사용, 돌봄을 생각하는 책이라면 이쪽 연결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여기서 앞치마가 더 좋은 이미지라고 결론 낼 수는 없다. 질감을 탐색하는 책에서는 두 번째 이미지가 더 정확한 선택일 수 있다. 세 장을 모두 넣는 방법도 있겠지만, 같은 색이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리를 주지는 않으려 한다. 추가한 한 장이 질문을 넓히는지, 이미 한 말을 되풀이하는지 살펴야 한다.
이 비교는 실패에서 잘라낸 실로 앞치마를 수선했다는 실제 사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런 연결은 이미지를 이어 보는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해석이다. 배열할 때에는 이런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실제 경위를 전하는 책이라면 사진 사이에 만들어지는 추론이 사실과 어긋나지 않는지 더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좋아하는 사진을 빼는 이유
북아티스트 Keith Smith는 Lesley A. Martin과의 인터뷰에서 개별 사진의 매력보다 책 전체의 경험을 생각할 때, 좋은 사진을 제외하는 선택도 필요하다고 말한다.[2]
마음에 드는 사진을 빼는 일은 그 사진에 낮은 점수를 주는 것과 다르다. 지금 만들고 있는 책에서는 다른 사진이 그 자리를 더 잘 맡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제외한 사진은 다른 책이나 다른 작업에서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덜어내기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느린 반복이 필요한 책도 있고, 많은 이미지가 쌓이면서 비로소 차이가 보이는 책도 있다. 첫 장에서 마지막 장까지 하나의 사건을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하나씩 비교하며 보는 책, 이곳저곳을 되돌아보는 책, 서로 맞지 않는 장면들의 긴장을 남기는 책도 가능하다.
따라서 “몇 장으로 줄여야 하나?”보다 먼저 물을 것은 “이 책에서 무엇을 계속 보려고 하나?”일 것이다. 그 질문에 따라 사진을 덜 수도 있고, 오히려 더 찾아야 할 수도 있다.
AI 이미지에서도 남는 판단
AI로 이미지를 만들 때에는 색감이나 조명, 인물과 장소의 외형을 비슷하게 맞추는 데 관심을 갖기 쉽다. 그런 일관성은 도움이 된다. 다만 비슷한 모습으로 생성되었다고 해서 이미지들이 책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까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분위기의 이미지 열 장을 놓고 각 장이 모두 비슷한 감정만 반복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반복이 이 작업에 필요한가? 그 안에서 차이가 드러나는가? 다른 장면이 들어와 지금까지의 읽기를 바꾸어야 하는가? 답에 따라 이미지를 더 생성할 수도 있고, 이미 있는 것 중에서 다시 골라야 할 수도 있다.
포토에세이북에서는 글에도 같은 질문이 돌아간다. 글을 붙여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열어 줄 수 있지만, 관계가 약한 이유를 설명으로 덮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 반대로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설명을 무조건 줄이는 것도 답은 아니다. 글을 더하고 덜어낸 두 상태를 함께 보아야 판단할 수 있다.
작은 묶음으로 확인해 보기
지금 고른 이미지가 있다면, 같은 크기로 작은 출력을 만들거나 화면에 한꺼번에 펼쳐 놓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몇 장이면 충분하다는 정답은 없다. 한 번에 앞뒤의 관계를 볼 수 있는 작은 묶음이면 된다.
먼저 각 이미지가 이 묶음에서 하는 일을 한 문장씩 적어 본다. “예뻐서” 다음의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다. 앞 장면을 되돌아보게 한다, 비슷해 보이는 대상의 차이를 드러낸다,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한다는 식으로 적을 수 있다. 이름 붙이기 어려운 이미지가 있다고 곧바로 탈락시킬 필요는 없다. 그 어려움 자체가 다시 볼 이유일 수도 있다.
그다음 가장 아끼는 한 장을 잠시 빼 본다. 남은 묶음에서 정말 사라진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순서도 바꾸어 본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좋으냐?”보다 어느 장면에서 멈췄는지, 앞의 어떤 이미지로 돌아갔는지 물어볼 만하다. 돌아온 답은 작가의 의도를 맞혔는지 채점하는 데 쓰기보다, 실제로 어떤 관계가 읽히는지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작은 출력은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확인하는 시작점이다. 그 배치가 실제 책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고 볼 수는 없다. 판형, 여백, 접히는 부분, 종이와 넘김을 더미북으로 확인하는 일은 그다음에 남아 있다.
책을 만드는 동안 질문도 달라질 수 있다. 처음 생각한 주제에 맞지 않는 사진을 모두 버리기보다, 그 사진들이 내가 아직 말로 정하지 못한 관심을 드러내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선별은 이미 정한 생각을 수행하는 일이면서,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연재에서는 그런 판단을 실제 책과 이미지 앞에서 하나씩 다뤄 보려 한다. 좋은 포토북을 읽고, 사진을 고르고, 순서를 바꾸고, 글을 놓아 보는 일. 한 권의 책을 만들면서 계속 생기는 질문들을 이곳에 남겨 두고 싶다.
참고한 글
- Campany, David. (2018. 12. 20). What Does Photo Editing Look Like? Aperture.
- Martin, Lesley A. (2019. 1. 31). How to Make Books that Sing Like Sinatra. Keith Smith와의 인터뷰. Aperture.
함께 읽기
- Young Chai. (2026. 7. 10). 포토에세이 만드는 법 — 사진 옆에 글을 놓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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