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옆의 글은 무엇을 해야 할까?

사진과 AI로 책을 만드는 일 03

앞선 두 글에서는 사진을 고르고 순서를 정하는 일을 다뤘다. 이제 그 사진 옆에 글을 놓을 차례다. 제목을 붙이고, 짧은 설명을 쓰고, 때로는 한 페이지를 채울 만큼의 이야기를 쓴다. 그때에는 문장 자체가 좋은지뿐 아니라, 그 문장을 읽은 뒤 사진에서 무엇을 보게 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나는 포토북과 포토에세이북을 만들면서 사진과 글을 함께 다룬다. 글을 붙였으니 포토에세이북이고, 글을 뺐으니 포토북이라는 구분만으로는 편집할 일을 정하기 어렵다. 짧은 캡션에도 여러 역할이 있고, 긴 글이 사진과 나란히 하나의 작업을 이룰 수도 있다. 이번에는 글의 분량보다 먼저, 각 문장이 맡을 일을 정해 보려 한다.

이 문장은 무엇을 알려 주는가?

촬영 장소와 날짜, 인물의 이름, 이미지의 제작 방식은 화면만 보아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다. 그런 정보를 전하는 문장은 정확성이 우선이다. 실제 촬영한 사진이라면 촬영 기록을 확인하고, AI 생성 이미지라면 그 제작 방식을 밝힌다. 생성된 방에 그럴듯한 지명과 날짜를 붙인다고 해서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한 사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기다림이 남아 있는 방”이라는 문장은 대상의 이름이나 촬영 조건을 알려 주지 않는다. 방을 특정한 감정으로 읽어 보라고 권한다. 그것도 글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장소를 확인해 주는 문장과 같은 종류의 정보는 아니다. 두 문장을 나란히 쓴다면, 어디까지가 확인한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해석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Roland Barthes는 「Rhétorique de l’image」에서 글이 이미지 속 대상을 식별하게 하거나 여러 가능한 해석 중 일부로 읽기를 이끄는 기능을 설명한다. 이를 ancrage, 영어로는 anchorage라고 부른다. 글과 이미지가 더 큰 이야기의 서로 다른 부분을 맡는 relais, 곧 relay와도 구별하며, 두 기능이 함께 작동할 수 있다고 쓴다.[1] 광고에서 출발한 그의 분석을 포토북의 제작 규칙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다만 캡션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다른 일을 한꺼번에 시키고 있는지 살피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같은 이미지 옆의 세 문장

거친 바닥에 놓인 빈 크림색 종이. 종이의 접힌 부분이 들려 삼각형 그림자를 만들며, 오른쪽 위에 전구가 보인다.
Young Chai · AI 생성 이미지. 접힌 종이와 그림자를 이용한 편집 예시이며, 실제 편지나 특정인의 물건을 기록한 사진이 아니다.

위 이미지는 사진과 글의 관계를 생각하기 위해 고른 AI 생성 이미지다. 실제 편지나 누군가의 물건을 기록한 사진은 아니다. 아래 세 문장은 이 글의 편집 비교를 위해 새로 쓴 예시이며, 이미지의 실제 제작 경위나 작가의 경험을 전하지 않는다.

A. 보이는 것을 짚는 문장

크림색 종이의 접힌 면과 비스듬히 이어진 그림자.

B. 시선을 이끄는 문장

글자가 없는 자리에서 접힌 선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C. 허구의 목소리를 만드는 문장

그는 아무것도 쓰지 않은 채 종이를 접었다.

A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를 지목한다. 이 한 문장으로 종이의 소유자나 접은 이유를 알 수는 없다. B는 같은 형태를 보면서도 글자가 없다는 점을 앞세운다. 종이 표면의 밝기나 방의 공간보다, 쓰이지 않은 자리와 접힌 선의 관계를 살펴보게 하려는 제안이다. 다른 독자는 전구나 바닥부터 볼 수 있으므로, B를 누구나 실제로 그렇게 본다는 설명으로 읽어서는 곤란하다.

C는 화면에 없는 인물과 행동을 만든다. 이 문장을 선택한다면 그다음에는 이야기를 편집해야 한다. “그”는 누구이며, 다음 이미지에서도 같은 인물의 목소리나 행동이 이어지는가? 계속 쓰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인가, 쓰지 않기로 한 사람의 이야기인가? 이미지가 주지 않은 정보를 문장으로 더하는 순간, 그 선택은 다음 페이지에도 영향을 준다.

세 문장 중 어느 것이 더 문학적인지 순위를 매길 필요는 없다. 종이의 형태를 비교하는 책에서는 A가 충분할 수 있고, 쓰기와 침묵을 다루는 책에서는 B나 C를 검토할 수 있다. 다만 C를 실제 사연처럼 제시한 뒤 사진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이 경우 제작 정보인 “AI 생성 이미지”와 창작한 이야기의 문장은 각각 알아볼 수 있게 두는 편이 좋겠다.

설명하지 않고 함께 이야기하는 글

사진과 글의 관계를 더 넓게 볼 수 있는 책이 Roy DeCarava와 Langston Hughes의 The Sweet Flypaper of Life다. 1955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First Print Press가 2018년에 Heritage Edition을 냈다. 공식 배급사의 소개는 DeCarava의 사진과 Hughes의 허구적 서술이 결합하며, Sister Mary Bradley라는 인물의 시선을 통해 Harlem의 삶을 전한다고 설명한다.[2]

여기서 참고할 것은 사진에 반드시 짧은 설명만 붙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말하는 인물을 세우고 그 인물이 주변을 바라보게 하면, 글은 사진에 보이는 대상의 이름을 알려 주는 일과 다른 역할을 얻는다. 이번 글에서는 이 책의 전체 배열이나 문장을 상세히 평가하기보다, 공식 소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 구성 방식을 참고하려 한다.

내 포토에세이북에 이런 방식을 가져오려면, 먼저 누가 말하는지 정해야 한다. 작가 자신의 회고인지, 실제 인물의 증언인지, 새로 만든 화자의 이야기인지에 따라 독자가 받아들이는 말의 성격이 달라진다. 화자가 흐릿하면 문장 자체는 아름다워도 사진 속 사람의 실제 사연으로 오해할 여지가 생긴다. 허구의 목소리를 택했다면 그 사실을 알리면서, 책 안에서는 그 목소리가 지속될 수 있도록 어휘와 말투를 가다듬어야 한다.

같은 말을 해도 필요한 경우

“사진에 보이는 것을 글로 되풀이하지 말라”는 조언은 불필요한 설명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모든 반복을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사물이 여러 장에 나올 때에는 짧은 명칭이 서로를 구별하게 할 수 있고, 작게 인쇄된 세부를 글로 짚어 주어야 할 수도 있다. 반복되는 문장이 앞의 페이지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도 생각할 수 있다.

위 이미지의 A도 당연한 것을 되풀이한다는 이유만으로 지울 필요는 없다. 종이를 접는 방식이나 그림자의 형태를 비교하는 책에서는, 각 장에서 무엇을 비교하는지 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이 이미지 한 장만 보여 주며 “종이가 있다”라고 쓰면 그 문장이 보태는 것이 적을 수 있다. 문장의 필요는 글자 수보다 그 페이지에서 맡는 일에 달려 있다.

글을 덮었을 때 사라지는 것을 구체적으로 적어 보면 도움이 된다. 장소를 모르게 되는가? 작은 세부를 놓치게 되는가?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지는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면 줄여 볼 수 있다. 반대로 글을 뺀 뒤 생긴 막연함을 깊이라고 착각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도 있다.

글을 놓을 자리도 편집한다

문장을 정한 다음에는 위치를 바꾸어 볼 수 있다. 이미지 바로 아래에 놓으면 한 장의 캡션으로 읽힐 가능성이 크다. 마주 보는 페이지에 독립된 문단으로 놓으면 글 자체를 읽는 시간이 필요해진다. 이미지보다 먼저 만나게 하면 뒤의 사진을 예상하는 말이 되고, 몇 장 뒤에서 만나게 하면 앞의 장면을 돌아보게 할 수 있다. 이것은 독자의 반응을 보장하는 법칙이 아니라, 더미북에서 비교할 배치의 후보들이다.

위의 C를 종이 바로 밑에 놓는 경우와 다음 페이지 첫 문장으로 놓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바로 밑에서는 그 종이를 접은 사람의 이야기로 연결하기 쉽다. 다음 페이지에서는 앞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도 새 이야기가 시작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어느 쪽이 필요한지는 앞뒤 이미지와 문장을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한다.

제작 방식과 출처 정보는 이런 배치 실험과 구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창작한 문장 사이에 모든 정보를 끼워 넣을 필요는 없지만, 책 뒤의 이미지 목록이나 제작 설명으로 옮겼다면 독자가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서로 다른 제작 방식의 이미지가 섞인 책이라면 어느 설명이 어느 이미지에 해당하는지도 식별되어야 한다. 시적인 문장 하나로 작품의 제작 정보를 대신할 수는 없다.

한 펼침면부터 고쳐 보기

처음에는 책 전체의 글을 다시 쓰기보다 한 펼침면을 골라 보면 좋겠다. 사진 옆의 문장이 정보를 전하는지, 보는 방향을 제안하는지, 이야기를 진행하는지 표시한다. 둘 이상의 일을 하는 문장도 있을 것이다. 그중 이 자리에서 꼭 필요한 일을 남겨 보고, 긴 설명은 다른 위치로 옮긴 판도 만들어 비교한다.

이어서 글만 읽어 본다. 문장들이 거의 모든 이미지 옆에 그대로 들어갈 만큼 일반적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더 구체적으로 고칠 수 있다. 반대로 특정한 작은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나머지 화면을 볼 이유가 줄어들지는 않는가? 그럴 때에는 문장을 덜 단정적으로 쓰거나 위치를 바꾸어 볼 수 있다.

사진과 글이 따로 완벽해야만 한 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함께 놓였을 때 비로소 필요한 문장과 이미지도 있다. 내가 확인하려는 것은 설명이 많은 책인지 적은 책인지가 아니다. 이 문장이 이 이미지와 같은 페이지에 있을 이유가 있는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찾는 데서 다음 편집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Barthes, Roland. (1964). Rhétorique de l’image. Communications, 4, 40–51. DOI. 본문에서 사용한 ancrage와 relais의 논의는 pp. 44–45. p. 44 원문 · p. 45 원문.
  2. DeCarava, Roy, & Hughes, Langston. (2018). The Sweet Flypaper of Life. Heritage Edition. First Print Press. 초판 1955. 공식 배급사 David Zwirner의 도서 소개. 사진과 허구적 화자의 결합에 관한 설명 및 판본 정보는 이 소개에서 확인했으며, 책 전체를 읽은 서평으로 다루지 않았다.

함께 읽기

Young Chai

Photographer & Visual Artist

https://luxlatens.com
Next
Next

사진의 순서는 어떻게 정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