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AI로 책을 만드는 일 05
한 장씩 볼 때는 분명히 좋았는데, 책에 넣으면 자꾸 그 사진에서만 멈추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 멈춤은 책에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그 사진을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 어려운 것일까?
좋은 사진을 빼는 일은 쉽게 결단할 문제가 아니다. 남겨 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곧바로 불필요한 사진이 되는 것도 아니다. 아직 말로 설명하지 못한 관계를 이미지가 먼저 만들고 있을 수 있다. 다만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자리를 확정하면, 책 안에서 그 이미지가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살필 기회를 놓친다.
첫 편에서는 한 장의 이미지와 한 권의 책을 고르는 판단이 다르다는 데서 시작했다. 이번에는 범위를 좁혀, 마음에 드는 한 장을 포함한 안과 제외한 안을 비교해 보려 한다. 사진의 가치를 판정하기보다, 이 책에 둘 자리를 찾는 연습이다.
한 장의 힘과 책 안에서의 역할
David Campany는 개별 사진의 고유한 성격과 더 큰 전체 안에서 맡는 역할 사이의 긴장을 편집의 문제로 짚는다. 모든 편집에 통하는 이론보다 구체적인 관계를 살펴야 한다는 그의 지적은, 좋아하는 사진을 뺄지 고민할 때도 유효하다.[1]
여기서 구체적인 관계란 색이 비슷하다거나 소재가 같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앞에서 본 것을 다시 보게 하는지, 다음 장면을 예상하게 하는지, 읽는 속도를 늦추는지, 책이 다루던 질문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지도 살필 수 있다.
눈에 잘 띄는 사진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책에는 오래 머물 자리가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모든 사진이 고르게 어울린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배열이라고 할 수도 없다. 매끄럽게 넘어가지만 끝에 남는 것이 없는 배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준은 ‘튀는가?’보다 ‘그 차이가 이 책에서 무슨 일을 하는가?’에 가깝다.
같은 이미지로 두 가지 안을 놓아 보기
첫 편에 사용한 실패, 실, 앞치마 이미지를 다시 놓았다. 여기서는 가운데의 ‘서로 다른 표면 위에 놓인 실’을 특히 마음에 드는 이미지라고 가정한다. 나의 실제 선호나 완성된 책의 편집 과정을 보고하는 것은 아니다. 이 세 이미지가 동일한 물건의 제작 과정을 기록했다는 뜻도 아니다.
A안 · 가운데 이미지를 남긴 배열



B안 · 가운데 이미지를 제외한 배열


A안의 가운데 이미지에서는 짧은 실과 그 아래 표면이 가까이 보인다. 두 표면의 질감 차이를 살피다가 앞치마로 옮겨 가면, 앞치마 전체의 모양과 함께 천과 바느질 자국에 주목할 수도 있다. 이 읽기에서는 가운데 이미지가 재료를 자세히 살피는 자리를 만든다.
B안은 실패에서 앞치마로 바로 건너간다. 재료와 그것이 쓰일 법한 물건을 곧바로 연결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연결은 배열에서 생긴 해석이다. 앞의 실로 뒤의 앞치마를 만들거나 수선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사진을 나란히 놓는 일은 연결을 제안하지만, 그 연결의 사실성까지 보증하지 않는다.
어느 안이 더 좋은지는 이 두 줄만으로 정할 수 없다. 책의 관심이 표면과 재료를 자세히 보는 데 있다면 A안의 멈춤이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물건 사이의 큰 이동을 빠르게 보여주려 한다면 B안을 검토할 수 있다. 가운데 사진을 제외하면 배열은 짧아지지만, 표면을 비교하는 기회도 함께 사라진다. 덜어 낸 효과와 잃어버린 것을 동시에 보아야 한다.
빼기 전에 자리를 바꿔 볼 수 있다
가운데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현재 위치에서 흐름이 답답하다면, 곧바로 삭제할 필요는 없다. 다른 곳에 놓았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먼저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의 세부 이미지로 시작한 뒤 실패의 전체 모습으로 넘어가면, 작은 형태를 먼저 만나고 나중에 더 넓은 맥락을 찾는 순서가 된다. 이것 역시 시도할 수 있는 안이지, 더 좋은 배열이라고 확인된 결과는 아니다.
크기와 여백도 검토할 대상이다. 다만 위치와 크기와 여백을 한꺼번에 바꾸면 무엇 때문에 읽기가 달라졌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우선 같은 크기로 순서만 바꾸고, 그다음 크기나 간격을 살피는 편이 비교하기 쉽다. 화면에서 판단한 뒤에는 작은 출력물이나 간단한 더미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실제 페이지를 넘길 때 생기는 간격은 한 화면에 나란히 놓인 이미지의 간격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이미지든 배치만 잘하면 살릴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여러 자리를 시험해도 다른 이미지들과 관계를 만들지 못하고, 넣어야 한다는 이유가 책 바깥의 사정에만 남는다면 이번 책에서 제외할 근거가 된다. 만들기 어려웠다는 사정, 많은 시간을 들였다는 기억, 한 장으로 보았을 때의 만족은 소중하다. 하지만 그 사정이 독자가 책에서 볼 수 있는 관계와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별도로 물어야 한다.
불편한 사진을 너무 빨리 빼지는 않았는가?
일관성을 지키려다가 책에 필요한 차이를 없앨 수도 있다. 모든 이미지가 고요한데 한 장만 불안하다면, 그 불안이 흐름을 망치는 것인지 고요함을 다시 읽게 하는 것인지 구별해야 한다. 이는 특정 작품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선별할 때 던져 볼 질문이다.
특히 실제 사건이나 장소를 다루는 작업이라면 보기 좋게 정리하는 일과 사실을 충실하게 보여주는 일이 충돌할 수 있다. 기대한 이야기와 맞지 않는 사진이라고 해서 곧바로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음 세운 해석을 수정하게 하는 단서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사진을 빼기 전에 책의 설명이 너무 좁았던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사진과 AI 이미지를 함께 다루는 책에서도 ‘잘 어울린다’는 판단만으로 출처와 성격의 차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실제 기록과 생성된 장면을 연결할 때는 독자가 무엇을 기록으로 받아들이게 될지 점검해야 한다. 시각적으로 자연스러운 연결과 사실로서 타당한 연결은 따로 확인할 문제다.
자신의 이미지로 해 볼 작은 비교
이미 고른 묶음에서 유난히 애착이 가는 한 장을 정한다. 많은 이미지를 새로 만들기보다, 현재의 선택을 두 가지 안으로 놓아 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 현재 배열을 보존한다. 파일을 지우지 말고, 한 장을 포함한 안과 제외한 안을 따로 만든다. 나머지 이미지의 순서와 크기는 우선 같게 둔다.
- 그 이미지가 하는 일을 적는다. ‘좋다’ 대신 ‘앞 장면의 작은 흔적을 확대한다’, ‘비슷한 장면 사이에서 속도를 늦춘다’처럼 지금 보이는 관계를 한 문장으로 써 본다. 설명이 잘되지 않으면 아직 판단하지 못했다고 남겨도 된다.
- 빠진 뒤의 이득과 손실을 함께 본다. 무엇이 분명해졌는가? 무엇이 사라졌는가? 바로 앞뒤 사진의 의미까지 달라졌는가? 단순히 장수가 줄었다는 사실과 읽기가 나아졌다는 판단을 구별한다.
- 남기기·옮기기·보류 중 하나를 임시로 정한다. 더미나 전체 배열을 본 뒤 다시 판단할 수 있도록 원본과 두 안을 남긴다. 한 번의 비교를 영구적인 결론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먼저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는지보다, 어디에서 멈췄고 어떤 관계를 읽었는지 물어볼 수 있다. 내가 기대한 설명을 미리 들려주면 그 설명을 따라 읽을 수 있으므로, 먼저 보게 한 뒤 내가 의도한 것과 비교해 보는 방법도 있다. 반응 하나를 정답으로 삼기보다, 실제로 읽힌 것과 의도한 것의 차이를 확인하는 데 쓴다.
좋아하는 사진을 책에서 뺐다고 그 사진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묶음의 시작이 될 수도 있고, 한 장으로 남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반대로 끝까지 남기기로 했다면, 그 사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책의 순서와 형식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선별은 좋은 사진을 버리는 결단을 과시하는 일이 아니라, 남기는 이미지들이 함께 무엇을 하게 할 것인지 정하는 일이다.
함께 읽기
- 01 · 좋은 사진을 모으면 좋은 포토북이 될까? — 한 장의 만족과 한 권의 필요를 구별하는 출발점.
- 02 · 사진의 순서는 어떻게 정할까? — 제외하기 전에 순서를 바꾸어 살펴볼 때.
- 03 · 사진 옆의 글은 무엇을 해야 할까? — 배열에서 생긴 해석과 글이 설명하는 내용을 점검할 때.
참고문헌
[1] David Campany. “What Does Photo Editing Look Like?” The Photobook Review, no. 15, Aperture, 2018. 저자 웹사이트의 수록 원문.
본문의 A·B안과 비교 절차는 이 글을 위한 편집 연습이다. 참고문헌의 저자가 제안하거나 검증한 실험이 아니다. 사용 이미지는 연재 01의 비교용 이미지를 다시 배치했으며, 완성된 포토북 내지나 실제 제작 과정의 기록으로 제시하지 않았다.